Hermes로 만든 AI 웨딩 플래너 김실장: 생각보다 너무 좋다
요약: 김실장은 결혼 준비를 대신 결정하는 AI가 아니다. 두 사람이 놓치기 쉬운 일정·예산·업체·결정 이유를 같은 상태로 보게 만드는, Hermes 기반의 개인용 운영 시스템이다.
결혼 준비에서 부족한 건 정보가 아니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 정보는 넘친다. 검색하면 후기와 견적이 쏟아지고, 웨딩 앱에는 체크리스트가 있고, 상담을 다녀오면 카카오톡과 사진첩에도 기록이 쌓인다.
문제는 정보량이 아니라 상태가 흩어진다는 것이었다.
어떤 업체를 검토 중인지,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비용을 넣으면 전체 예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일정 전에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는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며칠만 지나면 다시 처음부터 찾아보게 됐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쓰는 AI 웨딩 플래너 김실장을 만들었다. Hermes와 대화하는 창이 먼저 보이지만, 실제 중심은 채팅이 아니다. 중요한 건 대화가 지나간 뒤에도 남는 기록과 상태다.
_생성형 이미지로 표현한 김실장의 사용 장면. 실제 사람·일정·업체 화면은 포함하지 않았다._김실장은 ‘추천 챗봇’보다 상태 관리 시스템에 가깝다
처음에는 “드레스샵 비교해줘”, “이번 주에 무엇을 해야 하지?”처럼 질문에 답하는 AI로 시작했다. 그런데 결혼 준비처럼 기간이 길고 이해관계가 많은 일은 답변을 잘 받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한 가지 선택에도 같이 남겨야 할 것이 많다.
- 지금은 제안인지, 확인 중인지, 확정인지
-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선택을 꺼냈는지
- 다음으로 확인할 조건은 무엇인지
- 연결된 예산과 일정은 무엇인지
- 나중에 다시 봐야 할 원문은 어디에 있는지
김실장은 이 정보를 가능한 한 같은 흐름으로 다룬다. Hermes는 대화를 바탕으로 자료와 확인할 조건을 정리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인터페이스다. 하지만 결정 자체를 채팅 기록 속에 묻어두지는 않는다.
결혼 준비를 대화 문제가 아니라 공유해야 하는 상태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뒤부터 구조가 훨씬 단단해졌다.
원본은 로컬 Markdown에 둔다
김실장의 기준 문서는 로컬 Markdown이다.
체크리스트, 예산, 업체 비교, 의사결정 기록, 상담 메모처럼 길게 맥락을 남겨야 하는 정보는 파일로 관리한다. 특정 서비스의 화면이나 한 번의 대화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방식이 좋은 이유는 단순하다.
- 사람이 읽기 쉽다.
- 변경 이유를 문장으로 남길 수 있다.
- 필요한 도구를 바꿔도 원본 기록은 남는다.
- Hermes도 같은 문서를 읽고, 이미 정리된 맥락을 바탕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 기록은 “무엇을 골랐는가”보다 “왜 그렇게 골랐는가”를 남기는 데 유용하다. 시간이 지나면 최종 선택은 기억나도 비교했던 후보와 망설였던 조건은 사라진다. 그래서 제안, 확인, 확정 같은 상태를 구분하고 결정 이유와 후속 확인 항목을 같이 적는다.
Notion은 관계를 보는 운영 레이어다
Markdown이 원본 기록이라면, Notion은 현재 진행 중인 일을 연결해서 보는 운영 레이어다.
김실장에서는 업체·할 일·예산·상담 메모를 관계형 데이터로 관리한다. 업체를 볼 때 연결된 확인 항목·비용·상담 기록·다음 행동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운영한다. 아직 특정 업체로 분류하지 않은 항목은 별도 분류로 관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같은 내용을 모두 한곳에 몰아넣지 않는 것이다. 비교 근거와 긴 메모는 Markdown에 남기고, 현재 운영에 필요한 관계와 상태는 Notion에서 본다. 입력이 겹치지 않도록 역할을 나누는 원칙으로 운영한다.
_로컬 원본 기록, 관계형 운영 데이터, 일정, 계산 자동화가 역할별로 나뉘는 모습을 개념적으로 표현했다. 이 그림은 자동 동기화 흐름을 뜻하지 않는다._전체 구조는 다음처럼 역할을 나눠 둔 상태에 가깝다.
둘의 대화·상담 자료·조사 결과
├─ Hermes: 자료·확인 항목 정리와 다음 행동 제안
├─ 로컬 Markdown: 긴 기록과 결정 근거
├─ Notion 관계형 운영 DB: 관계와 상태 관리
└─ Google Calendar: 시간 제약이 있는 일정 관리
규칙 기반 자동화: Notion 예비비 계산·갱신
레이어 사이의 반영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확인된 규칙 기반 자동화는 Notion 예비비 계산이며, 그 밖의 레이어 간 반영을 모두 자동화로 단정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각 레이어의 역할을 나누는 게 핵심이다. Markdown은 기억과 근거를 보존하고, Notion은 관계를 보여주고, Calendar는 시간 제약이 있는 일을 실행 가능한 일정으로 만든다.
일정은 ‘할 일’과 다른 레이어로 다룬다
“상담 전 확인할 조건 정리하기”는 할 일이다. 반면 “특정 시각의 상담”이나 “가봉 일정”은 시간이 묶인 실행 항목이다. 둘을 같은 목록에 쌓아두면 중요한 시간 약속이 체크리스트에 파묻힌다.
그래서 시간 제약이 있는 항목은 전용 Google Calendar에 분리해 관리한다. 등록한 일정은 재조회로 반영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아직 정확한 소요 시간이 확인되지 않은 일정은 필요에 따라 임시 블록으로 잡고, 상담이나 안내문을 확인한 뒤 수정한다.
이렇게 하면 일정도 “등록했으니 아마 됐겠지”가 아니라, 확인 가능한 운영 상태가 된다.
예산은 느낌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값으로 둔다
결혼 준비에서 예산은 자주 바뀐다. 어떤 항목은 계약하면서 금액이 달라지고, 어떤 비용은 아직 미확정이고, 비교안은 남겨두되 합계에는 중복으로 넣으면 안 된다.
김실장에는 update_notion_contingency.py라는 작은 자동화 스크립트가 있다. 이 스크립트는 Notion의 계획 예산을 읽어 정해 둔 계산 규칙에 따라 예비비를 다시 계산한다.
흐름은 복잡하지 않다.
- Notion의 계획 예산을 읽는다.
- 예식장 분야에 연결된 항목과 예비비 자체는 합계에서 뺀다.
- 목표 예산과의 차이로 남은 예비비를 계산한다.
- 예산이 목표를 넘으면 예비비를 0으로 두고 초과 상태를 기록한다.
- 값이 달라졌거나 초과 상태일 때 예비비 항목의 금액과 비고를 갱신한다.
이 스크립트는 별도 Hermes 스케줄 작업으로 현재 30분마다 실행된다. 여기서 자동화가 하는 일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입력한 계획이 지금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견적을 반영했을 때 “이걸 진행해도 되는가”를 AI가 답으로 확정하는 게 아니다. 대신 예산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 빠르게 드러낸다.
_자동화는 계산과 확인을 맡고, 계약·결제·취향처럼 중요한 결정은 두 사람이 검토하는 경계를 표현한 이미지다._자동화할 일과 사람이 결정할 일을 일부러 나눴다
운영하며 Hermes에 맡기는 일은 정리와 추적이다.
-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확인할 조건 정리하기
- 업체·할 일·예산·일정의 연결 관계 보기
- 미확정 상태를 구분해 보기
- 반복 계산을 같은 규칙으로 처리하기
- 이전 결정의 근거를 다시 찾기
반대로 자동으로 확정하지 않는 일도 명확히 둔다.
- 계약과 결제
- 취소·환불·변경 조건의 최종 확인
- 예산 초과를 받아들일지 여부
- 둘의 취향이 갈리는 선택
-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외부 공유
특히 계약 조건이나 실제 금액은 대화 요약이 아니라 안내문·견적서·계약서처럼 원문으로 다시 확인한다. AI가 정리한 내용은 다음 질문을 잘 만들기 위한 보조 자료이며, 계약 판단의 근거로 단독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계를 두니까 오히려 편하게 쓸 수 있었다. AI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보다, 잘못하면 곤란한 일을 자동으로 넘기지 않는 편이 훨씬 중요했다.
같이 쓰니 더 좋았다
김실장을 혼자 썼다면 아마 괜찮은 개인 정리 도구 정도였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쓰면서 더 좋아졌다.
한 사람이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들고 있는 구조가 줄었다. 누가 마지막으로 어디까지 알아봤는지, 왜 그 선택을 보류했는지, 다음 상담 전에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같은 정보가 특정 사람의 기억에만 남지 않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대화할 때도 조금 달라졌다. “이거 할까?”에서 끝나는 대신, 현재 예산·남은 확인 항목·일정상 마감·이전 결정의 맥락을 같이 보고 이야기하게 된다.
AI가 결혼 준비를 대신해줘서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같은 상태를 보고, 빠뜨리지 않고 같이 준비할 수 있게 해줘서 좋다.
결혼 준비가 끝나도 구조는 남을 것 같다
김실장은 웨딩 앱을 대체하려고 만든 서비스가 아니다. 두 사람이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를 대화와 캡처에 흩어두지 않고, 기록·관계·일정·계산으로 나눠 운영해보려는 실험에 가깝다.
결혼 준비가 끝난 뒤에도 이 구조는 남을 것 같다. 집을 구하거나, 여행을 계획하거나, 큰 지출을 관리할 때도 결국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정보는 흩어지고, 결정은 쌓이고, 일정과 예산은 연결되고, 누군가는 전체 맥락을 기억해야 한다.
김실장이 지금 해주는 가장 좋은 일은 답을 대신 내리는 게 아니다. 우리가 결정하기 전에 필요한 맥락을 다시 꺼내주고, 결정한 뒤에는 이유와 다음 행동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일이다.